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장작을 팔자면 살아 있는 나무를 베어야 한다. 내 형은, 지금으로서는 생각도
할 수 없지만 거의 매일 같이 아름드리 소나무를 찍어 넘겼다.
형에게는 묘한 버릇이 있었다. 나무를 찍기 전에 도끼 등으로 나무둥치를
가볍게 세 번씩 두드리면서 이렇게 중얼거리는 버릇이 그것이다.
「나무요, 나무요, 도끼 들어가요.」
내가, 나무에게 그렇게 말하는 까닭을 묻자 형은 이렇게 대답했다.
「내 나이 겨우 열한 살밖에 안 되지만 이 나무는 백 살도 넘을 것 아니냐.
내가 도끼질을 하는 것은 구처(求處)가 없기 때문이지만, 세상 구경 오래한
나무의 혼을 욕보여서야 되겠나. 나무에 혼이 있을 테니까, 내 도끼 들어가기
전에 피하라고 그런다.」
〈나무요, 나무요, 도끼 들어가요…….〉
우리는, 아니 내 형은 그렇게 종교적이었다. 형은, 성수(聖樹)를 도끼질했다가
아귀병(餓鬼病)을 얻는 그리스 신화의 에뤼시크톤의 멘탈리티를 겨우 열한
살 때 극복했을 만큼 종교적이었다.
나는 아홉 살 때 들은 이 정다운 말을 쉰 살이 된 지금도 따뜻하게 기억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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