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16년 6월 22일 저녁. 그래픽스 과제 메일 끝에 '한 학기 동안 감사했습니다'를 쓰고 제출을 누른 후 의자를 한껏 젖혀 누웠다.
'아... 끝났네, 정말'
학부생으로써의 마지막 일이 끝났다. 끝이라는 단어를 되뇌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. 사실 당장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끝이라는 것이 크게 와 닿지는 않지만, 곱씹을수록 무언가를 끝냈다는, 특히나 흔치 않은 형태로 끝냈다는 사실에 묘한 기분이 든다.
참 바쁘게도 살아왔던 것 같다. 입학할 때부터 그렇게 바쁘게 살진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였을까. 1학년 여름에 계절학기를 세 과목 넣었을 때? 2학년 들어가면서 21학점을 넣었을 때? ...쓰고 보니 좀 일찍부터 급하게 달리긴 한 것 같긴 하다. 그래도 정말 숨 돌릴 틈도 없던 몇몇 시기를 제외하면 그럭저럭 잘 지낸 것 같다. 다 지난 일이라 그런건가.
항상 하는 말이지만, 처음부터 6학기 졸업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. 별 다른 생각 없이 신청해 두고 꾸역꾸역 수강취소 없이 듣다 보니 상당히 빠르게 이수학점을 쌓으면서 조기졸업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, 2학년 여름이 끝날 때는 65학점이 이수되어 있었고 공교롭게도 졸업 기준의 딱 절반이었기에 '그럼 이대로 가면 6학기네' 정도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. 물론 16년 2학기의 내가 이 말을 듣는다면 멱살을 잡고 당장 생각을 바꿔먹으라고 했을 것이다. 이 때는 앞선 학기에 갑자기 해보고 싶은 것이 생겨서 절반 들은 학기를 휴학을 해버리고, 복학한 직후에 고학년 수업으로 가득 넣었다가 숨 넘어가는 줄 알았다.
내 학부 생활에서 동아리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. 열심히 활동한 건 세 군데 정도지만 공식적으로는 5개 과 동아리에 모두 발을 들였었다. 신입생 때 자주 얼굴을 비추다 보니 2학년 땐 회장이 되어버렸고, 3학년 땐 동아리 연합회장까지 하는 등 대표로 많이 활동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. 대표 하는 건 몸에 해롭다고 말하고 다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. 정작 친목이나 대표 일 한다고 동아리 활동 자체는 밀도있게 못 한 건 아쉽기는 하지만, 덕분에 기회도 많이 얻었고 친해진 사람들도 많아 즐거웠다. 하지만 역시 대표는 몸에 해롭다.
특별하지 않은 학부 생활이 어디 있겠냐마는, 개중에서도 나름 독특한 과정을 겪어온 사람으로써 꽤 즐거운 삶이었다.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많았던 3년 반이었다고 생각한다. 하지만 역시 누군가가 5개 동아리에 모두 든다거나 6학기 졸업을 하고 싶다고 하면 말려야 할 것 같다.